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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준 특별한맛주식회사 대표

소보꼬가 뭐꼬? 오래된 장으로 새로운 장을 열다

서울경제 ㅣ 작성자 : 운영팀

2021-08-09

장은 오래 익을수록 그 맛이 깊다. 특별한맛주식회사는 3대째 이어져 오는 장맛에 현대 감각을 더해 더욱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이곳 전통 고추장은 소고기볶음고추장 ‘소보꼬’로 진화해 대기업이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고추장 시장을 매섭게 파고들고 있다.

 

할머니, 아버지는 고추장, 된장으로 기업 매출의 80~90%를 올렸지만, 3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아들은 소보꼬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30병, 50병 소규모로 판매하던 소보꼬가 맘카페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다. 유명 백화점, 마켓컬리, 쿠팡 등으로 판로를 개척하면서 2015년 첫 출시 때만 해도 연 매출 1000만 원을 넘기지 못하던 제품이 지금은 누적 판매량 30만 병을 기록하며 연 매출 4~5억 원대의 효자 상품이 됐다. 

소보꼬의 힘은 고추장의 다양한 변주에 있다. 

뜨거운 밥에 달걀과 쓱쓱 비벼도 요리가 되고, 파스타에 한 숟가락 넣어 먹으면 별미가 따로 없다. 간편한 반찬이나 건강한 조미료로도 손색없는 셈. 한국의 맛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할머니의 손맛과 아버지의 인내가 세계 속 장으로 열매 맺도록,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지현준 특별한맛주식회사 대표를 만났다.

3대째 회사를 이어오기까지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할머니 고향이 평양이에요. 전쟁통에 피란을 오셨다가 서울 신당동에서 평양냉면 가게를 여셨대요. 손님들이 자꾸 술을 찾는 게 싫었던 할머니는 장사를 접고 고추장을 팔기 시작하셨어요. 할머니의 국화표고추장, 조선맛된장은 전국으로 팔려 나갈 만큼 인기였고, 그 사업을 아버지가 이어받았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대기업들이 고추장 산업에서 몸집을 키워가면서 위기가 닥쳤어요. 근근이 버티는 날이 계속됐고 아버지는 당신까지만 하고 회사를 접을 계획이었는데 제가 뛰어들었죠. 전 고추장, 된장으로 사업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거든요.”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소보꼬를 출시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세요.

“막상 현실은 달랐어요. 고추장은 주로 요리 조미료로 사용하는데 사람들이 번거로운 걸 점점 기피하면서 고추장, 된장을 잘 안 찾는 추세였거든요.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판매량을 늘릴 수 있을까 고민했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출시한 게 ‘소보꼬’입니다. 소보꼬는 소고기볶음고추장의 줄임말이에요. 요리하지 않고 간편하게 밥에 넣어 먹는 건강 제품을 생각하다 만들게 됐어요. 보통 가정에서 소고기볶음고추장을 만들 때 소고기를 갈아 넣는데, 소보꼬는 직접 손으로 소고기를 잘라 넣어 식감이 살아 있어요. 여기에 쌀로 만든 조청, 고춧가루, 소금을 솥에서 볶아 버무려요. 고추장이 많으면 텁텁하고 고기가 많으면 느끼할 수 있는데 매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살아 있도록 배합에 신경 썼어요. 한우가 40% 들어가 식감도 좋고 한 끼 식사 반찬으로도 손색없습니다.”

전통의 새로운 해석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고추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어떤 맛일지 선입견을 가질 테니 새로운 시선이 필요했습니다. 기존 고추장 시장은 전통을 강조하거나 가격 경쟁이 우세했지, 소비자 중심의 사고는 덜한 편이더라고요. 소비자가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리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 소보꼬란 이름을 붙였죠.”

백화점, 마켓컬리, 쿠팡 등의 판로는 어떻게 확보했나요?

“고추장 시장은 대기업 점유율이 90% 가까이 돼요. 제품을 만들고 사실 저도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시험 삼아 작은 모임에 가져갔는데, 준비한 30병이 한 시간도 안 돼 다 팔리더라고요. 이때부터 맘카페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가져가는 곳마다 30병, 50병, 100병 계속 완판됐어요. 찾아주는 분들이 늘어나며 판로가 점점 넓어졌습니다.” 

 

 

 

 

 

 

 

 

 

 

 

 

 

 

 

 

 

 

 

 

 

 

 

 

 

 

 

 

 

 

 

 

 

 

 

 

 

 

 

소보꼬 외에도 비슷한 콘셉트의 ‘소보꼬 프렌드’ ‘바로끄’도 있던데요.

“외국은 한 가지 소스도 다양한 재료로 고급 제품을 만들더라고요. 고추장도 그럴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플라스틱 통에 담긴 저가 고추장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제품 라인을 만들기로 했죠. 제값을 주고 맛과 식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많아진다고 생각했거든요. 소보꼬 프렌드에는 소고기 대신 전복, 새우를 넣어 원물 자체의 맛과 고추장이 어우러지게 했어요. ‘바로끄’ 된장은 바로 끓여 먹어도 된다는 의미로, 된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막막해하는 분들에게 권해요. 한우, 마늘, 양파, 표고버섯, 멸치·새우 가루 등이 들어 있어 바로끄만 넣어도 깊은 육수 맛을 낼 수 있어요. 밥에 비벼 먹거나 쌈장 대신 먹어도 좋고요.”

 

기존 시장이나 간편 시장과도 다른 제3의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요즘 간편식을 많이 먹는데, 먹다 보면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그리워지기 마련이죠. 간편하면서도 집밥의 감정이 묻어나는 제품을 만들어 위로와 건강함을 전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시장도 찾고 있는데요, 

당 때문에 고추장을 못 먹는 분들이 있어요. 떡볶이, 제육볶음을 맛볼 수 없는 거죠. 한국인에게 매운맛을 떼어놓기란 참 어려운 일인데 당 걱정 없이 매운맛을 즐길 수 있도록 ‘고맙당 고추장’을 만들었어요. 저탄고지(키토식) 식단을 하는 분들도 많이 구입해요. 외국은 글루텐프리, 비건 등 시장이 다양하니까 이 제품으로 해외 진출도 계획 중입니다.”

 

소보꼬를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고추장이 어울리는 메뉴가 의외로 많아요. 소보꼬는 처음부터 외국인 입맛까지 고려해 만들어서 서양 음식과도 궁합이 맞죠. 홍합 파스타나 수프에 소보꼬를 한 숟가락 넣어도 맛있어요. 카나페 형식으로 새우와 비스킷에 소보꼬를 올려 먹어도 매콤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져 별미가 되고요. 손님 접대할 때 쉽고 색다른 메뉴를 선보이는 비책이 될 거예요. 간단한 레시피는 유튜브 채널 〈아빠는 싸장님〉을 통해 업로드하고 있어요.”


특별한맛주식회사의 지향점은 뭔가요. 

“가장 훌륭한 음식은 엄마가 해주는 음식인데, 당연하고 익숙해서 소중한 걸 잘 모르죠. 이처럼 가까이 있는데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요. 저는 고추장, 된장이 그런 존재라고 생각해요. 고추장, 된장을 기반으로 하되 새로운 시선으로 전통을 잇고자 합니다. 과거에는 우리 제품을 알리기 위해 한국 문화를 설명해야 했다면, 이제는 우리 문화에 대한 외국인의 마음이 열려 있어요. 그 흐름에 맞춰 소보꼬 제품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엿보고 있죠. 3대를 거쳐 오는 동안 저에게 고추장은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유산이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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